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보면 “ADHD 약 먹으면 공부 잘된다더라”, “머리 좋아지는 약 아니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특히 시험 기간이나 입시·취업 준비 시즌이 되면 ADHD 치료제가 마치 집중력 향상제, 두뇌 강화제처럼 소비되는 분위기까지 형성된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정확하지 않은 오해다. 그렇다면 왜 ADHD 약은 이렇게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잘못 인식되었을까? 이 오해가 만들어진 구조를 차근차근 짚어보면, ADHD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도 함께 드러난다.
1. ADHD 약이 주는 ‘체감 효과’가 오해의 출발점이다
ADHD 약이 오해받는 가장 큰 이유는 복용 직후 느껴지는 체감 변화 때문이다. ADHD를 가진 사람이 약을 복용하면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머리가 맑아졌다”, “생각이 정리된다”, “일이 이어진다”. 이 표현만 보면 마치 지능이 향상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변화는 지능의 상승이 아니라 산만함의 감소다. ADHD 약은 새로운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능력이 방해받지 않도록 잡음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머리가 좋아졌다’는 표현이 그대로 오해로 굳어진다.
2. 집중력 향상과 지능 향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인식
대중은 흔히 집중력 = 머리 좋음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이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지능은 정보 처리 능력, 이해력, 추론 능력과 관련된 비교적 안정적인 특성인 반면, 집중력은 상태(state)에 가까운 기능이다. ADHD 약은 지능지수(IQ)를 올리지 않는다. 기억력이나 이해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집중을 방해하던 내부 혼란을 줄여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공부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두 개념이 혼동되기 시작했다.
ADHD란 무엇인가? - Happy Life & Health Life
ADHD는 영어 Attention-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자다. 이를 직역하면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다. 이 명칭만 놓고 보면 많은 사람이 “집중을 못하고, 가만히 못 있는 병” 정도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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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험 기간과 맞물린 ‘공부약’ 프레임의 확산
ADHD 약이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오해받게 된 데에는 시험 중심 사회 구조도 큰 역할을 했다. 입시, 자격시험, 취업 시험처럼 집중력이 성과를 좌우하는 환경에서, ADHD 약은 곧바로 ‘공부 잘되게 하는 약’이라는 프레임으로 소비되기 쉬웠다. 특히 일부 비ADHD 복용자들이 “밤새 집중됐다”, “딴생각이 줄었다”는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이 오해는 더욱 확산됐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일반화다. ADHD가 없는 사람에게 ADHD 약은 집중력 향상이 아니라 각성 효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불안·심계항진·불면 같은 부작용 위험도 함께 커진다.

4. ‘약 먹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서사의 왜곡
온라인에는 “약 먹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경험담도 많다. 이 서사는 사실 절반만 맞다. ADHD가 있는 사람에게 약물 치료는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제 기능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산만함과 충동성 때문에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면, 약물 치료 이후에는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차이를 설명하지 않은 채 결과만 강조되면, ADHD 약은 마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두뇌 강화제’처럼 오해받게 된다.
5. ADHD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만든 왜곡
ADHD 약에 대한 오해는 결국 ADHD 자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ADHD를 ‘경미한 집중력 문제’나 ‘성격 결함’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강하다 보니, 약 역시 ‘조금 더 집중하게 해주는 보조제’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ADHD는 명백한 신경발달 특성이며, 약물 치료는 이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능 저하를 보정하는 치료 수단이다.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썼다고 해서 눈이 좋아졌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ADHD 약 역시 보정 장치에 가깝다.
6. 비ADHD 복용 사례가 오해를 증폭시킨다
일부 비ADHD 사람들이 ADHD 약을 복용하고 일시적인 각성 효과를 경험하는 사례도 오해를 키운 요인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현상이며, 장기적으로는 집중력 향상 효과가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 기복, 수면 장애, 의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먹어봤는데 집중 잘되더라”는 개인 경험담은 과학적 맥락 없이 소비되며, ADHD 약을 두뇌 성능 향상 약물로 착각하게 만든다.
7.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는 오해가 초래하는 문제
이 오해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ADHD 약을 잘못 인식하면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약으로 편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받는다. 둘째, 비의료적 사용이 늘어나면서 약물 오남용 위험이 커진다. 이는 실제로 ADHD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오해는 ADHD 당사자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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