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언어
인간은 실재을 언어화하는가?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가? 이 철학적인 주제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다. 그만큼 인간과 언어, 그리고 세계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20세기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이 있는 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도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이다" 라고 할 정도로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 사피어 앤 워프는 다른 언어를 배우게 되면 그 세계관을 알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과학소설의 대가 채드 창의 소설을 영화화한 '컨택트'(2016)에서 이를 증명하듯이 외계인이 지구에 왔을 때,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그들이 언어를 배운 한 언어학자가 외계인과 같이 '목적론적 사고'를 한다는 설정은 사피어 앤 워프의 언어이론을 영상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볼 때, 언어는 인간의 사고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는 물리적으로는 뇌를 이용해 생각을 하지만 그 생각은 언어나 이미지를 사용해서 형상화하고 그것을 언어를 통해 발화를 한다. 우리의 사고에 이미지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논리적인 사고나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사용해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언어를 타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언어로 출력해 냄으로써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세계는 언어를 통해 확장하면서 인간의 인식장을 넓힌다고 말할 수 있다.
말과 글
인간의 언어를 소통의 도구로 한정할 경우, 원시시대부터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 왔다. 처음 소리나 몸짓이 원시시대에 사용되었을 것이며, 그것이 일회적이라는 측면에서 경험을 공유할 그 무엇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삶의 터전이었던 동굴에 그림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림은 경험의 저장장치로 사용되었지만 그리려면 시간이 많이 허비되었을 것임으로 약속된 추상적 형태의 문자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집트인이 파피루스 종이에 남긴 상형문자나 중국의 갑골문자가 그것이다. 그러면서 기억이나 지식을 후대에 전수하기위해 문자를 만들었고 이 문자들로 말미암아 인간의 의식은 확장되었으며, 문자를 바탕으로 문명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고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말과 글이다. 말과 글은 소통의 도구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나 현재성과 미래성, 공간의 확장성, 지식의 전달성 등등을 살필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한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으나 문자는 그것을 익히고 쓰기 훈련을 하지 않으면 의미를 담아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다.
혹자는 디지털시대에 문자가 영상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문자언어는 자연스럽게 사멸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것의 근거로 문자로 기록된 서적을 보기보다는 대개가 영상을 보고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인식은 일차원적인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만드는 전 과정에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 스토리 보드는 대개 글로 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 영상에 자막이 항상 따라 붙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영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글로써 표현함으로써 그 영상을 정확하게 이해시키려는 제작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더불러 글은 영상이 담아낼 수 없는 깊이있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소통도구가 만들어지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글은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할 것이므로 좋은 글을 쓰려면 그만큼의 훈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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