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동장유가>의 의의
<일동장유가>는 조선 영조 때 작자 김인겸이 계미통신사의 삼방서기로 발탁되어 일본을 다녀와서 지은 장편의 기행 가사이다. 긴 노정(서울 - 부산 - 대마도·대판성 - 애도)에 따라 보고 들은 사건, 일본의 풍속, 제도, 인정 등 실제 답사에서 얻은 경험을 소상하게 기록하였고, 여정이나 지명, 인명 등은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나, 일본의 풍속과 문물을 묘사하는 부분은 일본의 낯선 문물에 경도당하지 않고 객관적인 관찰과 주관적인 판단을 개입시켜 작자의 통찰력과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길이가 총 3,500여 구에 달하는 장편이어서 당시 외교사절단의 규모와 일본의 풍속, 한일 양국의 외교 방법 등 한.일 외교사의 측면에서도 귀중한 자료이다.
<일동장유가>의 작자는 대상을 자체로 바라보고 그에 대한 관심을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 자체의 서술과 작자의 느낌이 더불어 표현되므로 나열·병치의 서술 경향을 드러낸다. 이러한 장편화 경향은 조선 후기에 두드러진 산문 정신의 확대와 실학 정신의 영향, 그리고 작자층의 확대 및 견문의 다양화 등으로 인하여 더 이상 짧고 정형화된 형식으로는 사물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모두 담아 낼 수 없었다는데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홍순학의 <연행가>와 더불어 후기 기행가사의 쌍벽을 이루는 작품으로 기행가사의 백미에 속한다. 그리고 정확한 노정, 일시, 날씨, 환경, 사건, 작가의 느낌을 과정 없이 묘사하였으며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곁들여 있어 기행 문학의 본령을 확립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일동장유가>의 구조와 내용
이 작품은 세 단락으로 나뉘는데 첫째 단락은 한양에서 출발하여 부산에 이르는 동안이고 둘째 단락은 부산에서 에도에 도착하여 국서를 바치기까지, 셋째 단락은 에도에서 한양까지이다. 첫 단락에서 주목되는 사건은 '호반과 선비'의 싸움으로 서얼 신분인 서기들에 대한 군관, 서리배의 얕잡아 봄이 그 사건의 빌미다. 둘째 단락은 일본 도회의 번성함에 대한 사실적 서술과 함께 작자의 이용후생적 관심이 주목된다. 즉 작자는 화이론이나 명분론이 아닌 현실을 수용하는 경험론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김인겸은 반일에 대한 감정은 있었으나 그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대로 직시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본 체험을 비교적 풍부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 더욱이 사물에 대한 묘사는 대단히 자세하다. 이는 작자의 정밀한 관찰의 결과이다. 즉 이용후생적 관심의 표출인 셈이다. 나아가 일본 문사들과의 교류를 비교적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로 인해 작자는 일본인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다소간 시정하고 새로운 이해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일본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일본 민중에 대한 관찰, 일본의 학술이나 기술 문명의 수준에 대한 관심은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그때그때 견문한 것을 경험적 차원에서 성실하게 기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19세기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형성이 이미 배태되고 있던 당시에 일본의 위상과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자세 등이 진지하게 성찰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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