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문학도로서 구독했던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서 만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문장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인간, 그리고 한국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10여 년이 흐른 후, 노벨문학상과 프항스의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할 때,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던 한 후배가 <채식주의자>로 언젠가 상을 받는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기뻐하던 일도 기억한다.
실로 한강 작가의 인간과 사회를 관통하는 통찰과 시적인 문체, 그리고 역사인식에 기반한 작품들이 ‘노벨 문학상’의 기쁨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에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감사하며 한편으로는 그의 소설 몇 편만을 접한 나의 문학적 소양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앞으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꼼꼼히 읽어 보고 리뷰를 쓸 것을 부끄럽지만 다짐하면서 작가 한강이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 때, 심사위원들의 한강 작가 문학에 대한 평을 기쁜 나머지 우선 공유하고자 한다.
1. 노벨 문학상 (2024)
- 수상작: 한강의 전반적인 문학 세계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에게 수여됐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작가입니다. 한강은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취약성을 폭로합니다. 그녀는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에서 혁신자가 되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한강은 한림원이 공개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정말 감사하다.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라며 “한국 독자들,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 메디치 외국문학상 (2023)
- 수상작 : <작별하지 않는다>
메디치 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개인적인 고통과 아름답게 엮어낸 감동적인 서사"라고 평가하며, 한강의 서정적이고 강렬한 문체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특히, “작중 인물들이 경험하는 상실과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서술”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강은 2021년 출간 당시 인터뷰에서 “1990년대 후반쯤 제주 바닷가에 월세방을 얻어 서너달 정도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주인집 할머니가 골목의 어느 담 앞에서 ‘이 담이 4·3 때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던 곳’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눈부시게 청명한 아침이었는데,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던 그날의 기억이 제 마음 속에서 자라났던 꿈의 장면과 만나 이 소설이 됐다”고 말했다. 역사적 상흔을 다룬다는 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1980년 광주를 다룬 한강의 또 다른 대표작 <소년이 온다>(2014)와 짝을 이루기도 한다.
3. 맨부커 국제상 (2016)
- 수상작: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불안하고 난감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 <채식주의자>는 현대 한국에 관한 소설이자 수치와 욕망,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갇힌 한 육체가 다른 갇힌 육체를 이해하려는 우리 모두의 불안정한 시도들에 관한 소설”이라고 수상 사유를 밝혔다.
심사위원장인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 선임기자 보이드 통킨도 <채식주의자>가 “압축적이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한강은 “책을 쓰는 것은 내 질문에 질문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고통스러웠고 힘들기도 했지만 가능한 한 계속해서 질문 안에 머물고자 했다”며 “나의 질문을 공유해줘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도 작가 한강은 2017년 ‘소년이 온다’(2014)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흰>(2016)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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