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소설 '어복기'
일본 혼슈 북단 본주산맥 안의 작은 산 마하게야마에는 작은 용소가 있다. 그 용소 주변 마을에는 단 이삼십여 집이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산골이지만 여름에는 등산객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한 학생이 식물 채집 중에 미끄러져 용소에 떨어져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그 학생이 떨어지는 장면을 용소 주변에서 작은 음료가게를 운영하는 소녀 '스와'가 본다. 아주 무심하게.
소녀 스와는 숯을 만들어 파는 아버지와 함께 이곳으로 와서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여름에서 추석까지 용소주변에서 음료수 가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손님은 이따금 있을 뿐이다. 추석 이후의 계절을 스와는 가장 싫어한다. 생계를 위해 버섯 채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겨울철 오기 전까지 숯을 만든다. 겨울에 장으로 내려가 숯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어느날 스와가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부진 와 사는기요?"
아버지는 큼직한 어깨를 움찔 움츠렸다. 스와의 진지한 얼굴을 찬찬히 보고 나서 중얼거렸다.
"모르겠는기라."
스와는 손에 들고 있던 참억새 잎을 씹으면서 말했다.
"뛔지는 편이 좋은 긴데."
아버지는 손바닥을 올렸다. 흠씬 패 주려고 했다. 하지만 우물쭈물 손을 내렸다.
('어복기', <만년>, 민음사, 2023, 78-79쪽.)
겨울 첫 눈 오는 어느날 잠자던 스와는 용소에 있는 폭포 소리에 깬다. 순간 아버지가 용소에 빠졌다고 직감을 하고 눈보라 치는 밖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용소의 물고기로 변해있고 그 곳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환상에 빠지며 용소를 행해 가다가 쓰러진다.
미하일 바흐찐의 프로이트주의 비판 -저서 『프로이트주의』(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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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음을 통한 정신적 성숙과 참된 삶에 대한 인식
스와와 아버지는 마하게야마 산에 원주민이 아니라 외지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산에 들어 온 것이다. 이들이 이주를 결정한 계기는 이제까지의 생활이 여의치 못했을 터이다. 생계를 위해 스와는 용소 주변에서 등산객에게 음료수를 파는 허름한 가게를 운영하고 아버지는 산에서 숯을 만들고 있지 않겠는가? 여름철 무심하게 용소로 떨어져 죽은 학생을 바라보는 스와의 시선은 무관심해 보였으나 정동의 현상이 순간적으로 일어났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순식간에 큰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몇 가지 반응을 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외적 충격에 휩싸이는 것이고 이와 반대로 멍한 상태를 보이는 것이 그 둘일 것이다. 스와는 바로 멍한 상태로 놓여져 있었지만 그녀의 내면에서는 알 수 없는 충동과 그 충동이 만든 의문들이 들어찼을 것이다. 그 의문 중 하나가 왜 사는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따라서 사는 이유가 없다면 즉 무의미한 삶이라면 죽은 것이 옳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이 소설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앞 세대를 상징하는 아버지의 '모르겠는기라.'라는 답변은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솔직한 답변이다. 그에게는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살아가는 전부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스와는 다랐다. 한 학생이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다가 떨어져 죽은 사건에서 생의 무의미함을 깨달았던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 허무하다고 보이는 삶을 이끌어 가는 힘이라는 것을 앞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먹고 사는 것만 이 존재하는 의미없는 삶일 바에는 죽음을 택하는 것이 옳다는 인식이 한 학생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나타난 정동, 그 정동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피투성의 존재이다. 그러나 피투성의 존재라고해서 충동적으로 살아간다면 그 또한 무의미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투성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이 중요한데, 그 기투성을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소설 마지막에 스와가 물고기로 변하는 환상은 경제적인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현실을 아웅다웅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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