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스산함을 독특함으로 바꾸는 경험- 뮤지엄 산
12월 초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건축물인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Museum SAN)’에 다녀왔다. 강원도 원주의 깊고 푸른 산자락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 이곳은 단순히 건축물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자연과 예술, 건축이 하나로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는 장소였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곳은, 한 발 한 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풍경과 경험을 선사하며 "자연 속의 미술관"이라는 수식어를 실감케 했다.
'청춘'과 초록 사과, 그리고 '빛의 공간'
뮤지엄 산을 방문하면 초록색의 큰 사과를 발견하게 된다. 일상에서 보는 사과의 크기를 키운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순간 잘못 인식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제목이 ‘청춘’ 인 까닭이다.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이라는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안도 다다오가 만든 작품인데, 사과라니!! 각자 감상자에 따라 다르게 의미를 부여할 것라 생각한다.
그 옆에 놓여 있는 그의 건축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빛의 공간(The Space of Light)’ 그의 유명한 건출물인 ‘빛의 교회’의 빛의 십자가를 하늘에 만들어 놓은 듯한 착각을 들게하는데, 그의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뮤지엄 산에서 느끼는 예술의 숭고함과 자연의 조화
뮤지엄 본관에 들어갈 때 먼저 마주한 것은 ‘물의 정원(Water Garden)’이었다. 물빛이 고요하게 출렁이는 이곳 한가운데에는 붉은 아치형의 조형물이 우뚝 서 있었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물 위의 반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조화로움이다. 물과 구조물, 그리고 주변 자연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평온과 경외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이 길을 따라 본관으로 향하는 순간, 이곳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본관 내부 건물은 긴 가로형 길과 그 앞을 막아서는 콘크리트 벽. 그 벽에 다가서면 양쪽으로 길이 나타나는 형태를 취하는 데, 처음에는 단단하고 닫혀 있는 느낌을 주던 벽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변으로 길과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하듯 설렘을 자아냈다. 안도 다다오가 의도한 이 ‘발견의 여정’은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건축이 아닌, 몸으로 느끼고 탐험하는 경험을 우리에게 주려는 것은 아닐까.
아쉽게도 본관에서 열리는 전시장은 다음 전시를 준비 중이라 볼 수 없었지만, 종이 전시관에서의 경험은 또 다른 매력을 선물해 주었다. 종이라는 평범한 소재가 주는 촉감과 은은한 내음은 인간 문명의 중요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했고, 공간 자체는 따뜻하고도 포근함으로 다가와 따뜻한 향이 되었다. 종이가 가진 유연함과 강인함처럼, 이 전시관은 단순한 감상 이상의 영감을 남겼다.
건축물들뿐 아니라, 돌의 정원도 잊을 수 없다. 둥글고 무덤처럼 생긴 구조물들은 생명과 자연의 순환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돌들의 배치와 곡선은 자연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이곳의 특별함을 더했다. 정원 곳곳에 자리한 조형물들은 각기 고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했고, 그 사이를 거닐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했다.
자연과 건축, 예술의 완벽한 조화, 뮤지엄 산에서의 하루
뮤지엄 산의 안내 직원에게 살짝 물어봤다. 언제 이 곳에 오면 이곳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안내 직원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방문하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 아래 초록의 생명력이 가득한 산과 정원, 그리고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이곳을 방문하기에 최고의 타이밍이라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내년 4월 말을 기약하여 자연, 예술, 그리고 공간의 이야기를 온 몸으로 체험하는 뮤지엄 산과 이별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관람이 아닌, 자연과 안도 다다오라는 예술가가 만들어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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