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대구에서 경찰과 대구시가 충돌하는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상한 충돌은 성소수자들의 '퀘어문화축제'와 관련이 있었다. 경찰은 이 축제가 적법한 집회로 보았지만 대구시는 이 축제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도로불법 점유라는 사유를 들어 행정대집행을 통해 축제를 막으려다 벌어진 것이었다. 이 충돌의 이면에는 대구시의 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1.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동안 성과 결혼은 이성과의 관계라는 고정관념이 유지되어 왔다. 그 결과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겼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고정관념은 상당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21/2022년도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를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받아들여야 한다'(37%),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39%)로 큰 차이가 없었다. '양성애에 해서든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받아들여야 한다(39%),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37%)로 팽팽히 맞섰다. '성전환은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받아들여야 한다'(46%)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32%)을 앞섰다. 이는 1년 전 조사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 포용을 둘러싼 인식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많은 나라에서 동성애를 비롯한 성 소수자의 인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듯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연령에서는 젊은층이 성별에서는 여성층이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에 관해 관심이 높았다.
외국에서는 1989년 덴마크에서 처음 동성애에 대한 관계를 정립한 이후로 2000년 말, 네덜란드에서 처음 동성혼을 인정했다. 그 후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나라는 계속 증가하여 US News에 따르면 2021년 말 전 세계적으로 약 31개의 국가에서 동성혼이 법적으로 인정된다.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OHCHR)에서는 평등과 차별 금지 항목에 세부 사항으로 ’LGBTI people’,(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and intersex people) 즉 성 소수자와 관련된 항목들이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성 소수자에 대한 권리 보호 및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성적지향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이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고, 서울문화퀴어축제는 2000년에 시작한 이래로 올해 24회를 맞이하며 계속해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아직도 국내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 수준은 미흡하다. 앞서 언급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입법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빈번히 반대 세력에 막혀 진전이 없으며 정부 역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SOGI 법 정책 연구회가 발간한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20/2021>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대한민국의 무지개 지수는 10.56%이다. 이는 2019년 8.08% 보다는 증가하였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였을 때는 중간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 성소수자의 정의
법률상 성 소수자를 명확히 정의한 사항은 없다. 다만 경찰청의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직무규칙 (훈령 제771호)」 제2조 제4호에서는 “성적 소수자”를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당사자의 성 정체성을 기준으로 소수인 자”라고 규정한다. 2006년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서 성 소수자 이슈 전문가들이 국제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기준인 “욕야카르타 원칙”에 서명했다. 이후 200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 원칙을 발표하면서 유엔 인권 활동의 모든 영역에 흡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 원칙은 성 소수자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야기했다. 성적 지향은 ‘이성, 동성에게 혹은 하나의 성에 구애받지 않고 감정적, 호의적, 성적으로 깊이 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개개인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성별 정체성은 ‘각 개인이 깊이 느끼고 있는 내적이고 개인적인 젠더의 경험으로, 이 경험은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성과 일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신체에 대한 개인적인 의식이나 의상, 말투, 버릇 등 기타의 젠더 표현을 포함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라고 정의한다.
성 소수자는 성적 지향과 관련된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과 성별 정체성과 관련한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을 포함한다. 소수자라고 해서 절대적인 소수가 아닌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규범으로 있던 남성과 여성, 이성애자와 같은 주된 부류가 아닌 다른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성 소수자라고 정의한다.
3. 일상생활에서의 성소수자 차별
학교뿐만 아니라 군대 내에서도 성 소수자 차별을 확인할 수 있다. 「부대관리훈령」 ‘제4편 사고 예방 제7장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 에 따르면 지휘관이 동성애자 병사를 인지한 경우 대대장의 도움, 배려병사에 대한 지속적인 지휘 관심을 갖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동성애를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군에 처음 입대한 장병들은 본인의 건강 상태, 정신 건강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여기에는 본인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과도 관련된 문항들이 존재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지위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문항에는 어두운 측면이 숨어있다. 여기에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고 표시한 장병은 그 이후로 소대장, 중대장, 같이 군 간부들에게 호출되어 상담을 하게 된다. 관리라는 명목하에 그 장병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본인의 사적인 영역을 보장받지 못하고 아웃팅(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 당하지 않을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 소수자들에게 군대는 성 정체성을 숨기려고 노력해야 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2020년 성전환 부사관에 대한 직무 유지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었다. 육군 제5기갑여단에서 복무하던 변희수 하사가 군 복무 중 성전환 후 육군본부와 국방부가 변 하사의 직무 복귀를 불허하면서 일어난 소송이다. 이는 폐쇄적인 군 문화와 더불어 아직 군대 내 성 소수자의 복무에 차별성을 두는 군 내부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 외에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정체성의 표현을 이유로 고용 및 취업을 하는데도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병원으로부터 진료가 거부되기도 하는 등 의료적 지원에서도 충분한 지원을 못 받고 있다.
4. 제도에서의 성소수자 차별
성 소수자 차별로 인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은 평등, 즉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성적 자기 결정권을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서, 개인의 인격권, 행복추구권의 전제인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이미 포함하는 개인의 자율성과 결정의 자유, 즉 인권으로 보고 있다. 종교나 정치적 견해를 모두가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처럼 성 지향성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왜 성소수자들은 차별을 경험할까?
우리나라와 외국의 법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법적으로 성소수자들 보호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성인 간의 합의를 통한 동성 간 성행위를 형법상 범죄로 처벌하는 유럽 국가는 없다. 그러나 아시아 42개국 중 21개국은 여전히 성인의 합의에 근거한 동성의 성행위를 형법상 범죄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군형법」 제 92조의 6에서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고 있다. 2013년 개정된 이 법안은 개정 전에는 ‘항문 성교’라는 단어 대신 ‘계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계간’은 남성 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로 이를 통해 군형법 제 92조 6은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법안이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은 동성 간의 결혼을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이것으로도 성적지향에 근거한 차별에 해당한다. 이에 더하여 동성혼의 불인정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2차 피해 역시 성 소수자들의 자유권을 침해하고 있다. 동성 커플 간의 관계를 입증할 방안이 없는 현재 동성의 파트너는 국민연금의 상속 대상이 될 수 없다. 사실혼 관계도 인정되지 않아 동거 관계 해소 시 재산 분할과 관련하여 겪은 피해 사례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파트너가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보증금을 내지 않고는 보호자가 될 수 없다. 장례 권한이 배우자, 자녀, 부모 순으로 주어지는 우리나라의 장례법상 동성 커플은 상대방의 마지막 순간에도 직접 관여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는 등 성 소수자들의 자유권은 보장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이 여러 차례 시도되었으나 여러 종교단체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빈번히 실패되었다. 차별금지법의 부재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차별들에 대한 구제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일례로 선거철에 기독교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성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성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이 없는 현재 그들의 인권은 계속해서 침해되고 있다.
5. 해외 여러나라의 성소수자 보호를 위한 노력
유럽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는 비교적 성 소수자를 보호하는 법은 열악하고 그 중 한국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다. 유럽 연합(EU)는 2015년 다양한 영역에서 성 소수자 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예를 들면 직장 내에서의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여 승진, 구직, 임금 등의 단계에서 성 소수자들의 평등을 엄격하게 보호하였다. 또한 SNS에서도 혐오 표현을 포함하는 게시물을 삭제시키도록 행동강령을 내놓았다. EU는 다른 국가들도 성 지향성, 성 정체성, 성적 특징을 사유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형사처벌 하지 않도록 독려하면서 보호 관련 단체들에게 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에는 ‘일반평등대우법’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항목이 존재한다. 일반평등대우법 제1조는 “인종 또는 민족적 혈통, 성별, 종교 또는 세계관, 장애, 연령 또는 성적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예방하고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항목에 넣은 법제는 독일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민권법’, 영국의 ‘평등법’, 캐나다의 ‘인권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에게 반응하며 국가적으로 성 소수자 보호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그 활동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성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보이는데 바로 인도가 그 중 하나이다.
인도는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종교단체의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인도는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이라는 표현은 매우 모호하고 불분명하여 명확히 해야 하는 형법상 규정에 맞지 않아 과도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성 소수자 보호, 지지를 이루어냈다. 따라서 성 소수자들을 반대하는 종교적 세력이 있었음에도 개인의 존엄성을 무엇보다 높은 가치로 여겨 성 소수자들을 인정하는 법을 만들어낸 인도를 참고하여 이와 매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 동성혼을 인정하기 전 ‘생활동반자관계법’을 제정하여 동성 커플 사이의 관계를 인정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써 결론적으로 동성혼 인정을 위한 기초 토대를 다졌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역시 1999년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하여 동성과 이성 커플 모두를 대상으로 혼인에 준하는 보호를 인정하며 동성혼이 공식화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동성 커플 간의 파트너십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도쿄도 시부야구의 ‘시부야구 남녀평등 및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추진하는 조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봤을 때, 우리나라 역시 동성혼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동성 커플 간의 관계는 증명해줄 방안이 필요하다. 성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에서 언급하였듯이 국민연금, 재산 분할 등 사회 필수적인 부분에서 파트너십을 인정받지 못해 금전적으로 피해받는 사례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자 혼인에 준하는 보호가 가능한 대안 제도의 도입은 충분히 필요하다.
6. 성소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우리의 과제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국제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부재한 결과 성소수자들을 향한 혐오 표현과 차별을 막을 실효성 있는 방안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군형법」 제 92조의 6을 근거로 성 소수자 군인들은 사적인 영역을 보장받을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기에 동성 커플들은 경제적 차별을 비롯해 기본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호의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관련 법들을 제정 및 개정하여 사회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군형법」 제 92조의 6의 개정 그리고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과 같은 동성 커플의 관계를 인정하는 법안의 제정이 요구된다. 「군형법」 제 92조의 6을 동성 간 성관계와 이성 간 성관계를 동일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게 된다면 차별금지법과 연계하여 성적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금지 원칙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동성 커플이 형성하는 파트너십을 인정하며 국민연금과 장례법 등 사회 필수적인 상황에서 혼인에 준하는 보호를 인정하게 된다면 성 소수자들의 차별을 줄이고 기본권을 보장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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