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교제(데이트) 폭력은 단순히 연인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사적인 일이라는 인식은 넘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2016년 8367명에서 2022년 1만 2841명으로 늘었다. 이는 교제폭력이 가정폭력. 스토킹 범죄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범죄로 부상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전염병과 같은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했다. 사회적인 대응이 필요한 긴급한 문제로 세계보건기구도 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제폭력 방지법은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제폭력의 실상을 통계와 아울러 하루 빨리 교제폭력 방지법을 제정하여 미연에 예방하는 것은 물론 가해자에게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다른나라의 교제폭력 대응 방안을 살펴보자.
1. 성별/연령별 교제폭력의 실상
여성가족부의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평생 여성 폭력 피해를 한 번이상 경험한 여성(2446명) 가운데 당시 사귀고 있던 사람이거나 과거 사귀었지만 헤어진 사람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당한 비율은 14.3%(350명)이었으며, 가해자가 가장 많이 일삼은 폭력(복수응답)은 성적 폭력(43.2%)이었고 신체적 폭력(37.8%)과 정서적 폭력(36.4%)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에 대한 가해자가 남성인 비율이 94.7%로 가장 높았던 폭력 유형은 '성적 폭력'이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특정 신체부위를 자꾸 쳐다보는 행위(25.1%)와 피래자 외모에 대한 성적인 평가나 비유를 하는 행위(19.3%). 피해자 신체를 강제로 만지는 행위 (18.5%)가 삼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가해자를 볼 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선다. 다시말해 교제폭력이 20대와 30대에 대부분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50대와 60대에서도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2016년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20대와 30대에 일어나는 비율은 58.3%로 높지만 50대와 60대에서 일어나는 비율은 35.6%를 차지하고 있다
2. 설문으로 본 교제폭력의 유형
교제(데이트 폭력)을 크게 ‘통제’, ‘언어적·정서적·경제적’, ‘신체적’, ‘성적’ 폭력 4가지로 구분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물었다.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응답은 ‘통제’에 해당하는 ‘나의 휴대폰, 이메일, SNS 등을 점검한다’(60%)와 성적 폭력에 해당하는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신체부위를 만진다’(59%)가 가장 높았다. 정서적 폭력의 일종인 ‘통제’에 대한 민감도가 물리적인 ‘성적’ 폭력 만큼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언어·정서적 폭력-내가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비난한다’(57%), ‘신체적 폭력-나의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쥔다’(55%), ‘언어·정서적 폭력-나와는 관계 없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52%)가 뒤를 이었다. 반면, ‘통제-함께 있지 않을 때, 내가 누구와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3. 교제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2017년) 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638명(중복답변) 가운데 20대 여성의 49.3%, 30대 여성의 48.4%가 우울감을 느꼈다. 자존감이 하락됐다고 답변한 비율도 20대, 30대 각각 44%, 51.6%로 나타났다. 불안감은 44.7%(20대), 40.6%(30대), 분노감은 40%(20대), 46.9%(30대)가 느낀다고 답했다.
눈에 띄는 점은 데이트폭력 후유증으로 약이나 술에 의존하게 됐다는 응답이 20대보다 30대에서 두 배 이상 많았다는 점이다. 20대 여성의 경우 이 같은 응답은 4%였지만 30대 여성은 9.4%를 기록했다. 이는 30대 여성이 20대 여성에 비해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지 못하고 스스로 감내하고 있는 현실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데이트폭력 이후 어떤 형태로라도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20대가 47%로 나타났지만 30대는 39%에 불과했다.
4. 외국의 교제폭력 대응
영국은 2012년 가정폭력의 정의를 '사회적·생물학적 성별에 관계 없이 가족구성원 또는 친밀한 파트너 관계거나 그런 관계였던 16세 이상인 자 사이에서 행해진 신체적·성적·폭력적·위협적 행동 등'으로 넓혔다. 과거 배우자 또는 파트너였거나 서로 결혼 의사가 있는 관계에도 적용된다.
일본은 배우자폭력방지법과 스토커규제법으로 데이트폭력에 대응하고 있다. 기존 배우자폭력방지법은 한국의 가정폭력처벌법과 비슷하게 배우자, 이전 배우자, 사실혼 배우자 간의 폭력을 규제했다. 그러다가 2013년 적용 대상을 '생활 본거지를 같이하는 교제 관계'로 확대했다.
5. 교제폭력 방지법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연락 금지나 접근 금지 등 긴급임시조치를 취하려면 사실혼 관계이거나 부부여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교제 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알고 있고, 피해자가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정 폭력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교제 폭력을 줄이기 위해 가중 처벌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가정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을 교제 폭력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루 빨리 교제폭력 방지법을 제정하여 교제폭력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며, 폭력이 일어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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